<조커의 신부> - '할리와 아이비'의 비극적 종결

Timmverse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그룹 중 가장 성공적인 것은 누가 뭐래도 '할리와 아이비'입니다. 배트맨 TAS에서 처음 등장한 신참 여악당 '할리 퀸'과 고담을 대표하는 여악당 '포이즌 아이비'의 콤비인 이 '할리와 아이비'는 실로 대단한 인기를 얻었지요. 일단 할리퀸부터 원래 태생이었던 단순한 조커의 부하이자 추종자였던 위치에서 벗어나 어엿한 고담의 대표적 악당으로 올라가게 된 계기가 바로 이 둘이 처음만난 에피소드 'Harley & Ivy'였고, 포이즌 아이비 또한 할리와 함께 활동하면서 기존의 독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좀 더 편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발전할 수 있었지요.

전혀 성격이 다른 두 여악당이, 고담에서 실로 흔치 않은 진정한 우정으로 묶여 코믹하게 활동하는것은 곧 상당한 인기를 얻었고, 그 후로 포이즌 아이비와 할리퀸의 우정은 배트맨 TAS에 이어 후속작 배트맨 NBA가 끝날때까지 지속되었습니다. 거기에 '고담 어드벤쳐' 등의 기반 코믹스에서도 여전히 심심찮게 이들의 우정을 보여줬고, 플래시 애니메이션 '고담 걸즈'는 사실상 이 둘이 주인공이라 해도 무방한 작품이었죠. 나중에는 아예 이들이 주인공인 코믹스 <할리&아이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또한 TAS오리지널 캐릭터인 할리퀸이 정식 세계관으로 편입되어서도 이들의 관계는 그대로 반영되었지요.

그런데, 정작 이들을 엮은 세계관 Timmverse는 이들의 관계를 파탄내버리고 맙니다.




<조커의 신부(The Bride of Joker)>는 Timmverse 관련 최후의 작품인 코믹스 <배트맨 어드벤쳐v2>의 16번째 이슈로, 마지막 직전의 이슈이지요. 이미 배경인 <배트맨 NBA>(97~99)는 물론이거니와 그 후속작 <배트맨 비욘드>(99~2002)까지 오래전에 종영하고 마악 전혀 다른 세계관의 배트맨 애니메이션인 <더 배트맨>이 시작하려는 2004년에 나온 <배트맨 어드벤쳐v2>는 다분히 시리즈를 '급하게 마무리'하려는 성격을 띈 작품이었고, 후반부로 들어갈수록 상당히 억지스러운 전개를 보여줬지요. 이 16번 이슈 <조커의 신부>가 그 마침표를 찍은 이슈였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감옥에서 지내던 할리퀸을 조커가 탈출시킵니다. 이때 같은 감방을 쓰던 포이즌 아이비는 할리를 말리지만 할리는 무시하고 조커를 따라가지요. 여기서 나오는 아이비의 맹세가 포인트.



(할리를 향한 아이비의 불타는 사랑. 언뜻보면 냉정한 아이비에 비해 감수성이 풍부한 할리가 더 우정을 찾는 것 같지만 사실 상대방에 대한 집착은 아이비가 훨씬 강하지요. 인간 자체를 혐오하는 아이비에게 할리는 유일무이한 친구니까.)



평소에 할리를 귀찮아하고 툭하면 죽이려했던 조커가 할리를 탈출시켰다는것에 의문을 품은 배트맨은 할리의 감방에서 그녀에게 거액의 유산이 상속되었다는 편지를 발견합니다. 즉 조커가 할리를 탈출시킨건 할리와 결혼한 다음 그녀를 죽여서 유산을 가로채려는 음모였지요.

당연히 포이즌 아이비도 이를 눈치채고, 할리를 구하기위해 할리와 조커의 결혼식에 난입해서 결혼식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그 후 배트맨 일당과 경찰들도 몰려들고, 그 와중에 아이비는 배트걸이 뿌린 제초제를 뒤집어쓰고 도망칩니다.

그리고 조커와 할리가 체포되면서 밝혀진 것은, 할리가 받게된 유산 자체가 할리가 조커와 결혼하기 위해 조작한 낚시였다는거지요. 도무지 자기를 봐주지 않는 조커와 결혼하기 위해 애써 꾸민 일이 단짝 친구의 방해로 실패하게되자 분노한 할리퀸은 포이즌 아이비와의 절교를 선언하고 복수를 맹세합니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맹세지요. 


그리고 제초제를 맞고 도망친 포이즌 아이비는 자신의 맹세대로 결국 죽고 맙니다. (이게 <조커의 신부>에 딸린 4페이지짜리 단편 <꽃 소녀(Flower Girl)>의 내용인데, 여기엔 또 하나의 반전이 있지요. 그건 나중에 다루도록 하죠.)


Timmverse에서의 '할리와 아이비'는 이게 끝입니다. 이대로 <배트맨 어드벤쳐v2>는 끝나버리고, 이 이후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지요. 지금은 <저스티스 리그 언리미티드> 코믹스도 끝나버려 Timmverse 자체가 완전히 끝이 난 상태죠.


저와 같이 할리퀸과 포이즌 아이비를 무척 좋아하고 '할리와 아이비'도 아주 좋아하는 팬에게는 이래저래 매우 좋지 않은 내용입니다. 굳이 이렇게 끝낼 필요는 전혀 없었건만, 왜 이런 막장 전개를 벌였는지는 정말 모를 노릇입니다. 부록인 <꽃 소녀>에는 TAS와 NBA간의 괴리를 어느정도 보완하는 내용이 담겨있기는 하지만 <조커의 신부>자체는 거기에 아무 도움도 안되는 내용이었고요. 하기사 이런 막장 전개가 한 두가지가 아니었지만, 다른 막장 전개들은 나름 '마무리'의 성격을 띈 반면 이건 마무리보다는 저질러놓고 수습하지 않은거니까요.

그나마 한 가지 위안거리라면, 이런 애니메이션 기반 코믹스는 그다지 원작 애니메이션 자체엔 영향을 주지 않는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기반 코믹스에 선행해서 나왔다가 후속 애니메이션에서 뒤짚어진 케이스가 적지 않습니다.(가령 헌트리스의 경우 배트맨TAS의 기반 코믹스인 <배트맨&로빈 어드벤쳐>에 처음 등장했지만 몇년 후 나온 Timmverse 애니메이션 <저스티스 리그 언리미티드>에서 다시 등장했을때 설정이 전혀 달랐지요.) 이 설정이 언제든 뒤짚어질 껀덕지는 있는거죠. 솔직히 없는 내용으로 취급해버리고 싶네요...

by 청빛 | 2009/09/20 23:34 | 암흑기사의 전설 | 트랙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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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청빛 얼음집 at 2009/10/12 00:39

제목 : <꽃 소녀> - NBA 포이즌 아이비의 정체?
&lt;조커의 신부&gt; - '할리와 아이비'의 비극적 종결 배트맨 TAS 70 - House&amp;garden배트맨TAS로부터 2년 후에 제작된 후속작 NBA(New Batman Adventures)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당시 방영하고 있던 슈퍼맨TAS가 아무래도 배트맨에 비해 밝은 작품이었고, 또 딱 이 타이밍에 TAS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팀버튼의 배트맨 영화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배트맨 영화 두 편이 나왔기때문이지요. 그......more

Commented by 영원제타 at 2009/09/21 21:57
포이즌 아이비는 원작 만화에서도 죽었다죠 ?
조커가 죽는 시리즈는 없나요 ?
Commented by 청빛 at 2009/09/26 16:05
원작에서 아이비는 잠깐 죽었지만 다시 부활해서 잘 살고 있는 모양입니다. 최근 진행중인 시리즈인 '고담 시티 사이렌즈'에서 할리퀸, 캣우먼과 함께 주인공 트리오를 구성하고 있죠.

조커도 팀버스에서는 사망합니다. (배트맨 비욘드 극장판 '조커의 귀환'...)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09/21 23:49
......중간에 끼어서 바보 된 조커만 불쌍한건가요 OTL
Commented by 청빛 at 2009/09/26 16:05
아니 사실 중간에 낀건 아이비...조커의 굴욕이야 뭐 한두번도 아니기도 하고요.
Commented by 아노말로칼리스 at 2009/09/22 03:21
어긋난 우정이라...왠지 찡한데요.
Commented by 청빛 at 2009/09/26 16:06
안타깝죠..
Commented by 계란소년 at 2009/09/26 16:05
제초제;;
Commented by 청빛 at 2009/09/26 16:06
정확히 말하면 소금+식초로 만들어진 수제 제초제...쿨럭;

'모든 독에 면역'이지만 식물인간인지라 제초제에는 얄짤없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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